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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여론과 정치권 싸늘한 반응
황교안 대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여론과 정치권 싸늘한 반응
  • 이종철 기자
  • 승인 2019.11.20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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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여론과 정치권 싸늘한 반응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불법 패스트트랙 강행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9월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삭발투쟁에 나선 바 있는 황 대표의 단식 농성으로 인해 정국은 다시 한번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소미아 폐기의 충격은 우리 가정의 현관문을 열고 우리 안방까지 들어올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문재인 시대의 반대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자신들(범여권) 밥그릇 늘리기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민경욱 의원 페이스북
ⓒ민경욱 의원 페이스북

 

 

 

이에 앞서 황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패스트트랙 선거법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세력이 국회를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시도하는 것"이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당초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도였다. 범여권 의원들도 이를 모두 알고 있었다. 알고도 의석수 늘어나지 않는다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참으로 간교하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외교 일환으로 방미길에 오르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매우 무거운 마음이다"며 "대표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지소미아 파기로부터 시작되는 여러가지 외교안보의 어려운 부분을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풀어가는데 도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화면 갈무리

 

하지만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시도 등 잇단 실책으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많은 가운데 느닷없는 황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당 지지 성향을 가진 네티즌 사이에서도 만류하는 분위기다. 관련 글을 게재한 민경욱 의원의 페이스북 댓글에는 '몸 상하지 않으셔야 할텐데', '대표님의 결정과 결심을 지지합니다' 등 우호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정치초년병이 그나마있던 보수의 씨를 말릴까 걱정이다', '단식하는 대신 국민에게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강력한 대여 투쟁의 선봉에 나섰어야'와 같은 부정적인 댓글들도 많았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불의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카드'라는 긍정적인 글과 '이 바쁜시기에 한가롭게 단식이라니'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했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창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국회에 민생법안과 민생예산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그렇게 할일이 없나', '청년들한테 그렇게 지적받고 밤새 고민한 대답이 고작 청와대 앞 단식 투쟁이냐', '구태 정치에 국민들은 질린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래픽=심미란 디자이너
그래픽=심미란 디자이너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민생 내팽개치고 민폐단식 하겠다는 황교안 대표, 더 이상 국민들 한숨 짓게 할 때가 아니다"라며 "민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라고 직격했다. 이어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며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면 20대 국회의 남은 성과를 위해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는 것은 뜬금없는 행동이고, 의회정치 정당정치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대권가도만 생각하는 소아병적 행태"라고 비판했고, 대안신당(가칭) 김정현 대변인은 “자기 말 안 들어준다고 드러눕는 것은 생떼”라며 “걸핏하면 장외투쟁으로, 삭발로 국민들 시선을 끌려고 안달하더니 이제는 단식이냐”고 일갈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도 "안팎으로 자유한국당 혁신 이야기가 많던데 그 답이 단식은 아닐 것이다"라며 "황교안 대표가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기를 권한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SNS를 통한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황 대표께서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개 이행에 돌입한다고 한다. 단식, 삭발, 의원직 사퇴 중 현역 의원이 아니기에 의원직 사퇴는 불가능하지만 당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된다. 이런 방식의 제1야당으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며 "위기를 단식으로 극복하려 해도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단식이 아니라 과감한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데 정말 걱정돼 말씀드린다"며 "이건 단식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의원 페이스북

 

당내에서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것은 2003년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2009년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 이어 세 번째인데, 당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요구, 미디어법 처리 저지를 내걸고 단식했던 것과 비교해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당 쇄신 요구에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당면 현안 해결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10월 국민항쟁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라며 황 대표의 행보에 비판을 가했다. 이어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야당은 격렬한 노선 투쟁을 통해서 결론이 모아지면 한 방향으로 가야 쇄신이 이뤄지는 것이지 나를 따르라는 식의 당 운영으로는 아무런 쇄신을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를 옹호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범여권에서는 (황 대표 단식투쟁에)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하며 "권력을 가진 측이 뭘 양보할 것인지 고민하고 손을 내밀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니까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야당은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보수 지지층에서도 이런 투쟁 방식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안될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혹평과 냉소적인 여론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승부수'를 던진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정부의 정책 전환을 유도하고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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