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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난 어른들
억압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난 어른들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9.11.26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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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난 어른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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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사이에서 공부가 열풍이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니다. 취업준비생의 신분으로 회사 취업만을 위해 공부하던 이들이 직장인이 된 후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펜을 들었다. 배움으로 지적만족감과 힐링을 느끼는 직장인들. 이들은 학습지부터 학점은행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며, 배움을 즐기고 있다.

 

현실과 꿈을 위해 배우는 직장인들

취업만을 위해 너무 달려온 탓일까?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100세 시대에 도달했기 때문일까? 요즘의 직장인들은 공부를 한다. 공부하는 직장인들을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생겼다. 샐러던트들이 공부하는 방식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정규 대학교에 다니지 않고 전문학사 또는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만 한다고 생각했던 학습지를 하는 어른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회사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 중국어 학습지를 시작한 한 직장인은 “학원에 다니기엔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부담스러웠는데 학습지는 일주일의 하루라서 배우기 좋다”라며 “진도가 뒤처질까 걱정 없이 온전히 나에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 때는 억지로 하던 학습지가 직장인이 된 지금은 시간과 진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고마운 배움의 방법이 된 것이다.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업무와 상관없는 학원에 다니는 직장인도 있다.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어릴 적 꿈이었던 개발자가 되기 위해 최근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직장이 있다는 것에 만족해 잠시 꿈을 잊었었는데 컴퓨터 직장인반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니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컴퓨터와 함께 영어도 같이 배워 세계로 뻗어 나가는 개발자 될 것이다”라며 배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꿈을 이룬 것처럼 즐거워하며 말했다.​

 

배움으로 힐링을 느끼는 어른들

샐러던트 증가에 따라 독서, 영어, 재테크 등의 다양한 스터디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직장인 독서모임은 자리가 없어 대기 인원까지 있을 정도다. 독서모임을 1년 동안 꾸준히 참여해온 한 여성 직장인은 “독서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은 느낌이 들어 상당히 만족스럽다”라고 얘기한다. 이어 그는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공부 효과 말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라고 말했다.

 

샐러던트들은 업무향상,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스트레스 해소, 지적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 영어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입식 교육으로 배우던 국어와 영어를 정말로 필요해서,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어울려 배우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샐러던트를 권장하는 추세이다. 일하면서 특정 자격증을 따면 인사 가점을 부여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자격증도 따고, 인사 가점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가 있다. 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회사의 권유로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샐러던트의 의미가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직장인’ 으로만 해석 될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움만으로 힐링을 느끼기도 하는 샐러던트인데 인사 가점을 받기 위해 억지로 공부한다면 취업준비생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부를 하는 직장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다. 아직 한국 직장 문화에는 야근과 주말 출근 등 업무 외 시간 동안에도 업무를 해야 하는 문화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광고 회사에 근무하는 한 과장은 “최근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면서 “업무시간에는 샐러리맨으로서 충실하고, 업무시간 외에는 스튜던트로서 충실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샐러던트의 생활이 보장되는 기업문화가 형성되면 우리의 직장 생활은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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