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4 09:22 (목)
과시적 소비로 인식되는 럭셔리 셰임의 논쟁
과시적 소비로 인식되는 럭셔리 셰임의 논쟁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12.09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시적 소비로 인식되는 럭셔리 셰임의 논쟁

 

 

ⓒPixabay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럭셔리 셰임’이 도마에 올랐다. 고가의 명품 소비에 대한 부끄러움을 의미하는 럭셔리 셰임, 이 단어는 왜 등장했을까? 지난 2008년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가 금융 위기에 직면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고가 명품 소비 지출이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과한 소비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대중은 이들을 비판했고, 여기서 럭셔리 셰임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이 럭셔리 셰임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럭셔리 셰임, 무엇이 문제인가?

20대 초반의 여성이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걸치고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가 4억 원어치라고 말하고, 타고 다니는 차가 3억 원이 넘는다고 과시하면서 논란이 됐다. 또한, 이 여성은 수십억 원대의 명품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더욱이 그는 “직업은 없고 부모가 준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명품에 대한 과시는 낯선 일이 아니다. ‘명품 공화국’이라는 비판이나올 만큼, 한국은 고가품 소비성향이 짙다. 최근에는 명품을 넘어 럭셔리를 추구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명품과 럭셔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부자나 금수저일까? 아니다. 중산층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도 명품 소비를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왜 명품을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날까?

 

런던대학교 편햄 교수는 심리적으로 과소비의 원인은 심리적 요인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개 사람은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가 났을 때 과한 소비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좋지 않은 기분을 과소비함으로써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부풀리면서 낮아진 자존감을 잠시나마 회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고, 다시 낮아진 자존감으로 인하여 더 많은 과소비를 불러오게 된다는 게 편햄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는 “고가의 제품을 사는데 집착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부족하여 일어나는 현상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심리적으로 공허할 때, 불안감을 느낄 때 이러한 소비 형태로 순간적 감정으로 자존감을 회복한다”라고 전했다.

 

무조건적인 비판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필요 있어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 명품과 럭셔리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럭셔리 셰임이란 용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0대 이상 성인 여성 314명을 대상으로 ‘명품에 대한 인식과 소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 사람은 ‘명품은 물질적 소비재라기보다 정신적 만족을 끌어온다’라고 답했다. 패션 업종에서 근무하는 A씨는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다르다. 유흥을 통하여 만족을 얻는 사람도 있고, 여행에 만족을 통해 행복을 얻는 사람도 있다”며 “나의 경우에는 고가의 가방, 의류를 통하여 진정으로 행복을 느낀다. 이에 대하여 대중이 나쁘게만 본다면 왜 부정적으로만 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신은 이러한 소비로 인해 행복을 얻고, 직장을 다니는 원동력도 얻는다”고 피력했다. 유아교육 분야에서 근무하는 이나리(30)씨도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1년에 한 번꼴이다.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저축을 하고 절약한다. 사실 흡연하는 사람들은 1년에 담뱃값이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다. 담배는 되면서 명품은 안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행복의 기준에는 추구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느 사람은 럭셔리함을 추구하면서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비록 자존감이 낮아서 럭셔리만 추구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따라서 명품과 럭셔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은 잘못됐다. 미디어 분야에 근무하는 B씨는 “가끔 TV에서 볼 수 있는 수억 원의 명품을 구입하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의 일이고, 각자의 만족을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니다. 최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한국에서 만연해졌는데, 럭셔리 셰임도 이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비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럭셔리 셰임. 무조건적인 비판보다 서로 간의 다름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