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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교체부터 쇄신론까지 변화의 움직임 거세
수장교체부터 쇄신론까지 변화의 움직임 거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2.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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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교체부터 쇄신론까지 변화의 움직임 거세

 

근엄하던 경제단체가 달라지고 있다. IT와 게임, 금융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속속 자리를 틀면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재계의 고민도 담겨 있다. 새로운 경제단체장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정부의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불안 요소들을 해소하는 데 ‘강한 행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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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구자열 새 경제단체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잇달아 경제단체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재계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 기업 총수가 정치권과 재계를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맡는 단체를 이끌게 된 만큼 재계 전반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대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2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최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이날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국내 4대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중책을 맡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상의 회장으로서 이끌어나가며 견마지로를 다하도록 하겠다”며 “경제계와 사회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공식 취임 이후 중견·중소기업과 적극적인 소통하는 등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일에 당분간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의원총회를 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2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서울상공회의소는 의원총회를 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제24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한편 서울상의 부회장단의 개편도 진행했다.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 변화 흐름에 맞춰 IT 및 스타트업, 금융 기업들이 부회장단에 전격 합류했다. 합류 대상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IT 기업 거물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으로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인터넷·게임 분야의 신산업 주자들이 대거 영입됐다.

이는 조직의 색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젊은 기업인들의 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최근의 산업구도 변화가 경제단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구도가 변화하면서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추대한 한국무역협회에 대해서도 기업인 회장을 맞아 기업들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퇴직한 정부 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던 한국무역협회에 민간 기업인 출신 회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경륜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회장단 의견이 적극 반영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무협은 “구 회장이 그동안의 무역 현장 경험과 기업 경영의 경륜을 살려 코로나19로 어려운 무역 업계를 대표해 정부와의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제60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제60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전경련 최장수 수장으로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을 여섯 번 연속 수장으로 맞았다. 한때 재계 ‘맏형’이었지만 위상이 많이 추락한 전경련이 허 회장의 리더십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되며 전경련 최장수 회장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되었다.

 

그간 허 회장은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후임자가 없자 연임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입장문을 내고 “여러 기업인들과 재계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경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을 재추대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추대배경을 밝혔다. 이와 함께 “허창수 회장은 여러 가지로 힘든 환경 속에서 전경련을 잘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경련과 민간 경제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부연했다.

 

간신히 허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최근 전경련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허 회장이 짊어질 무게는 이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경련도 최근 경제단체의 변화 바람을 인지하고 달라진 기업경영 환경에 발맞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단에 IT 기업 총수들의 합류를 추진 중이고, 2~3세대 경영인들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민간경제협력채널이라는 본연의 역할 회복을 위해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탈퇴했던 4대 그룹의 재가입도 추진 중이고,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정책 연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한국무역협회

 

다만 이러한 쇄신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하면 올해 60주년을 맞은 전경련이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규제 법안들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의 무력함을 타파하기 위해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중심으로 경제단체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총의 수장인 손경식 회장은 두 단체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잇달아 논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흩어져있던 기업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장 두 단체의 통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두 단체의 회원 구성이나 성격도 다른 상황에서 물리적 통합이 이뤄질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회장 교체기를 맞아 저마다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의 규제법안 대응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을지, 조직 내 변화와 쇄신을 통해 재계 이슈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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