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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 여성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 불구 자국 중국 SNS는 '침묵'
유색인 여성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 불구 자국 중국 SNS는 '침묵'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4.27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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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 여성 최초의 오스카 감독상 불구 자국 중국 SNS는 '침묵'

 

 

ⓒFlickr/Gage Skidmore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자오 감독의 모국인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과거의 반중 발언 때문에 관련 게시물이 대거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시간 26일 웨이보에는 자오 감독이 오스카 수상에 성공하자 소감을 밝히는 동영상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나 이들 게시물은 이내 삭제됐다. 또한 자오 감독의 중국어 이름인 '자오팅'을 비롯한 영화 관련 키워드도 금지되었다. 웨이보는 중국 당국의 검열 속에 운영되는 만큼 민감한 게시물이 삭제되는 일은 흔한 경우다.

 

중국의 주요 매체에서도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은 철저히 외면받았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중계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그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웨이보에서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가 3억5천만건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은 것에 비하면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이는 자오 감독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자오 감독은 중국 베이징 출생이지만 주로 미국에서 영화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영국 런던의 사립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등학교를 다닌 뒤,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지난 2013년 '필름메이커'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며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되며 중국 내 여론이 뒤집혔다. 이후 영화의 예정된 중국 내 개봉은 무기한 연기됐고, 주요 영화 웹사이트에선 노매드랜드 소개 글이 삭제됐다.

 

자오 감독도 이날 중국 내 여론을 의식한 듯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영어로 말하던 중 "중국 어린이들이 많이 배우는 '삼자경'(三字經)을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게 외웠다"면서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본래 착하다'는 구절은 중국어로 언급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자오 감독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자오 감독의 수상과 온라인 검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오 감독의 수상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자오 감독의 수상이 중국 여론에 퍼지는 것을 불편해 하는 당국의 속내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CNN은 중국 당국의 반응에 대해 “서양 교육을 받은 자오 감독은 중국에서 성공 사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오 감독에 대한 거부 반응은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시진핑 국가 주석 정권 아래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신호”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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