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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이룬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성취
45년 만에 이룬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성취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1.1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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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이룬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대한 성취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주)더쿱디스트리뷰션

 

지난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근 반세기 만에 한국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리며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의 언론시사회가 호평 속에 진행됐다. 상영 후 기자간담회에는 박재범 감독, 이윤지 미술감독, 김예은 배우가 제작에 사용된 실제 인형과 함께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재범 감독이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축소한 모습”이라고 제작 의도를 밝히며 간담회의 문을 열었다. 이어 스톱모션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우선, 제가 스톱모션으로 너무 좋아한다. 기술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스톱모션만이 갖는 아날로그한 매력이 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데 사람 자체도 아날로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야겠다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3D 효과는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눈, 불, 바람, 오로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자연과의 공생을 담은 주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래전에 나온 <모노노케 히메>나 <아바타>도 같은 맥락을 가졌다고 본다. 오히려 현재이기에 그러한 이야기가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담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자연을 취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원하고 필요 이상의 것을 가지고 오지 않나. 이 이야기의 시초가 됐던 SBS 다큐 ‘최후의 툰드라’에 나오는 네네츠족이 늘 하는 말이 ‘필요한 만큼만’이다. 그런 삶의 방식이 많이 와닿았고, 영화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윤지 미술감독은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보지 않은 곳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시베리아에 사는 분들이 보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다. 제작진 모두 관련 다큐와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인형과 세트를 만드는 재료와 재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테스트했다.”라고 사전 준비부터 철저하게 진행했음을 밝혔다. 이어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몰입을 이끈 인형 제작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을 써 제작한 부분이 캐릭터의 얼굴이다. 대사와 감정 전달을 위해 위아래로 파츠를 나눴는데 한 캐릭터 당 50~60개 정도의 세트를 제작해 감정에 맞게 조합을 하면서 촬영했다.”라고 공들인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섬세한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은 더빙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샤’의 엄마인 ‘슈랴’를 연기한 김예은 배우는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배경과 역할이었지만 시나리오에 담긴 ‘그리샤’라는 인물이 가진 여성 서사가 너무 좋았다. 다른 캐릭터들도 굉장히 멋졌다.”라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때 처음 봤는데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 장면 매 순간이 좋았다. 두 번째 보니까 더 잘해야 했는데 혹시 누를 끼친 게 아닐까 하며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주신 두 감독님, 제작진분들께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다.”라고 완성작에 대한 벅찬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리샤’의 목소리까지 연기한 이윤지 미술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에 가녹음을 먼저 하고 녹음에 맞춰서 움직임과 표정들을 잡는다. 가녹음을 제가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완성본까지 진행할 계획은 아니었다. 그런데 진행을 하다 보니 처음부터 기획을 함께했기 때문에 제가 ‘그리샤’의 감정과 영화의 세계관,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박재범 감독님이 더빙 기회를 주셨다. 장편은 처음이라 굉장히 떨리는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재미도 있었고 저에게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라고 성우 데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각자가 생각하는 명장면을 이야기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먼저 김예은 배우는 “사실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샤’와 ‘꼴랴’가 처음 여정을 떠나며 투닥거리면서도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라며 현실 남매의 귀여운 모습을 꼽았으며, 이윤지 미술감독은 “’샤먼 할머니’가 ‘붉은 곰’에 대한 설화를 이야기하면서 펼쳐지는 2D 장면이 푹 빠져드는 것처럼 느껴져서 좋아한다. 실제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숲으로 빠져들 듯 몰입되는 장면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재범 감독은 “늘 평온하고 착한 아빠였던 ‘톡챠’가 처음으로 ‘그리샤’에게 화를 내고 약을 구하러 도시로 떠나는 장면이다. 그때 아빠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 씬을 가장 좋아한다.”라고 작품을 향한 애정이 가득한 답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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