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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개그맨 정태호
[단독 인터뷰] 개그맨 정태호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12.0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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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운 소통 펼치고자 도전 멈추지 않는 희극인

항상 감사한 마음과 즐기는 마음으로 행복과 웃음을 선물하다

 

사진=김남근 기자
사진=김남근 기자

 

KBS 2TV의 간판 코미디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용감한 녀석들’, ‘감사합니다’, ‘정 여사’ 등 선이 굵은 코너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개그맨 정태호. 방송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그가 돌연 자진 하차를 발표하며 팬들은 크게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홍대의 한 소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소극장 공연으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자는 출연자에서 제작자로 거듭나며 자신의 달란트를 십분 발휘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개그맨 정태호를 만나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이름 딴 소극장에서 ‘꺼리’를 만들고파
방송과 공연,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두 형태의 ‘소통’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개그맨 정태호는 ‘거리에 따른 교감의 정도 차이’라 말한다. 만들어지는 웃음과 만들어가는 웃음. 그 각기 다른 매력이 방송과 공연의 비슷하지만 다른 소통이라고 표현하는 그다.

Q. ‘정태호소극장 PLAY’로 제작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계십니다. 
A. 지난 10여 년간 개그콘서트를 하다 보니, 보다 자유스럽고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개그콘서트 안에서도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해봤지만, 방송이라는 틀을 벗어나보고 싶었습니다. 개그콘서트에서는 각 코너당 주어진 시간이 많아야 5분에서 10분 사이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하여 섬세한 표현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죠. 그래서 제가 했던 캐릭터들에 대해 더 심도 있게 탐구해보고, 캐릭터에 대해 ‘왜 그렇게 됐을까?,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대중들에게 알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개그 연극’이라는 장르였고, 지금은 홍대에 있는 ‘정태호소극장 PLAY’라는 작은 소극장에서 개그맨 지망생 후배들과 현직 개그맨 선후배들이 모여 대중들과 더 가깝게 소통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자신의 이름을 건 소극장이라 더 큰 애착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자신의 이름을 건 개그맨 선배님들의 소극장은 꽤 있습니다. 임혁필 선배, 김대범 선배, 윤형빈 선배님 등이요.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에서는 ‘떴다고 이제 장사하는 거야?’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으시고요. 하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름을 걸고 극장을 운영한다는 게 생각에만 그칠 수 있는 꿈같은 일인데, 그 일을 현실화시켜서 멋지다는 말도 해주시고요. 사실 저도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 나온 이야기가 ‘이름을 걸어야 한 명이라도 더 본다’라는 말이었어요.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사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재미있는 것을 기획해서 만들어내도, 저 공간에서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이 없잖아요. 그런데 제 이름을 걸면 그동안 미약하게나마 방송에서 활약을 했기에 호기심에라도 한 번쯤 와서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게 많은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마추어 개그맨들도 3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데, 제 이름이 걸린 공간에서 활동하다보니 서로 약간의 부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여러 상황들이 발생될텐데, 그 사건들이 오롯이 제 이름이 걸린 극장 안에서 발생되다보니 혹시라도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봐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공간, 혹은 밖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면 제 이미지를 떠나서 이 공간 안에 있는 친구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게 되고요. ‘이름을 걸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Q. 소극장에서 어떤 일을 펼쳐보고 싶으신가요?
A. 정태호소극장 PLAY라는 이름에서의 ‘PLAY’는 ‘이 공간이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상상력과 즐거움에 더해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죠. 예를 들어 이 공간에서 저는 ‘대한민국 딱지치기 대회’도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온라인으로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밖으로 나와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라는 일종의 추억거리,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죠. 아직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하진 못했지만요.

사진=김남근 기자
사진=김남근 기자

무대 자체가 특별한 의미
제작자와 출연자로서 대중들과 소통을 하며 소극장을 이끌고 있는 개그맨 정태호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제작자로서의 고충, 그리고 출연자로서 원하는 부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서로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중간 조율점을 찾기 위해 항상 배우는 자세로 성장해가고 있는 그다.

Q. 제작자로서 공연에 직접 출연하고 계십니다. 어려움들도 많으실 텐데요.
A. 저도 힘들지만, 함께 출연하고 있는 출연자들의 고민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항상 제작하시는 분들 앞에서 오디션을 봤던 사람인데, 이제는 제작자로서 직접 출연도 하다 보니 서로의 입장을 알고, 또 그들의 입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출연자로서 보다 재미있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후배들과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시키는데, 뒤돌아 생각하면 제작자로서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작자로서 개개인 배우들의 성향도 알고 스토리에 적합하게 구성을 해야 하는데, 그저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치게만 하다보면 연출 의도와 틀어지게 되는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 조율하는 과정들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후배들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주는 구성원들에게 항상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현재 진행하고 있는 ‘그놈은 예뻤다’라는 작품에 저와 3캐스팅으로 열연을 해주고 있는 송병철, 김대성 씨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출연료 없이 의리로 무대에 서주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친구들입니다.

Q. 극장을 이끌며 어떤 순간들이 보람된 순간들이라고 기억에 남으시나요?
A. 저희는 배우들을 섭외할 때 남녀 모두 100% 개그맨들로 구성을 합니다. 그들은 정말 끼도 많고 많은 달란트들을 지니고 계시죠. 하지만 이것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많은 개그맨들과 인연이 닿아 그들과 무대를 꾸미는 것, 그 자체가 저에게는 보람되고 특별한 경험들이죠. 
  한번은 무대가 끝난 뒤 관객과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한 관객분이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오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저에게 손을 내민 지 알고 악수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저를 밀치시고는 MBC 공채 개그맨인 심정은 씨에게 ‘너무 재미있었어요’라며 손을 잡으시더라고요.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아, 잘하고 있구나. 너무 잘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얄팍하게나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연출되니까 너무나 고마운 거죠. 그런 친구들은 그 기억을 자양분으로 다음날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관객들에게 더 큰 웃음과 행복을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그맨으로서 소명(疏明) 다할 것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평범했던 한 학생은 그저 사람이 좋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행복해 레크리에이션 공부를 시작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이 공부는 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 학생은 노인복지사의 꿈을 이루고자 늦은 나이에 더 큰 도전을 하게 된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몇 배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게 됐다. 개그맨 정태호의 이야기다. 

Q. 그동안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신인상과 우수상을 받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소극장 활동 외에 새로운 시도로 ‘요정’이라는 별명도 얻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KBS 2TV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며 본의 아니게 ‘밥을 하는 남자’가 됐었습니다. 첫 방송 때 저는 그냥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였고, 함께 있는 형들도 같이 먹고자 여러 개를 끓였었는데 그게 시초가 됐습니다. 다음 방송부터 밥을 먹을 때면 자연스레 제 이름이 불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요정’이라는 별명은 SNS를 통해 진행되는 ‘개그맨들의 라이브 방송’(개라방)을 하며 붙게 된 것입니다. 저는 SNS와 가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SNS가 젊은 층들에게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고, 이것이 트랜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매체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개그맨입니다. 개그맨은 트랜드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SNS라는 매체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상무 선배님이 이끌고 계신 개라방에 합류하게 됐고, ‘요리하는 남자 정태호’라는 콘셉트로 시청자들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음식’이라는 오브제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달고 쓴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기에 제 활동에 큰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는 어떤 계획들을 갖고 계시나요?
A. 지금은 연극을 작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규모를 키워 개그맨들이 직접 촬영하고 출연하는 웹드라마와 같은 형식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팬들에게도 방송을 통해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아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소명(疏明)도 펼치고 싶습니다. 앞으로 개그맨 정태호, 예쁘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그맨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며 진솔한 인터뷰를 진행한 개그맨 정태호. 그는 끝으로 최근 개그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며, 새로운 꺼리를 만들어내 시류에 맞게, 유연하게 이 과도기를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더불어 그는 “‘아, 저 사람 진짜 웃긴 사람이었구나’라고 기억되는 개그맨으로 남기 위해 항상 감사한 마음과 즐기는 마음으로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겠습니다. 나중에 진정한 이슈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잃지 않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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